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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나는 평소와 같이 외출을 하려던 도중, 누군가 두고 갔던 것들이 나의 옷깃을 붙잡았다.

“이제 그만 집에 가지 않으렴, 이곳은 점점 추워질 것이야.”

너희가 이곳에 머무는 동안, 나는 스스로 평온에 대해 물어보던 습관을 잃었던 것이야. 
수많은 물음들 속에서 갈피를 잃었을 때, 나는 혼돈을 내가 흡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지. 하지만 혼돈은 잠잠 해지지 않지, 그것은 새로운 혼돈을 야기할 뿐이야. 
그리고 혼돈은 새로운 혼돈을 생성하기 위해 먼저 걸음을 옮기지. 어쩌면 너희도 그 혼돈의 하나였겠지, 그러나 그것을 내가 폭력이라고 느낀다면, 그것은 폭력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아무것도 나를 위협하지 않았지만, 나의 사고의 일부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나는 무엇에서 그 근원을 찾아야 할까나. 막상 그것을 찾아보려해도, 그것이 무엇이고, 
어디서부터 나는 그 혼돈의 한 무리 속에 있었는지를 알 수가 없지. 그것을 어떤 이유에서든 떠난다면, 나는 조금 그것을 알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 그럼에도 나는 이 알 수 없는 
의식과 감정들을 짊어진 채 계속 삶을 이행한다는 것이 야속할 때가 있지. 

“이제 그만 집으로 가렴, 이 방 안은 너네를 위한 곳은 아니야.” 
너희가 어디서부터 여정을 시작했건, 이 곳으로 찾아왔지만, 너네를 위해 이 곳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어. 이 곳에 냉정함을 느낀다면, 너네는 돌아갈 수 밖에 없지. 
너네가 이곳을 처음 올 때부터 이미 이 방 안의 수 많은 수납장들과 옷장들은 모두 차여 있었지. 우리는 너희가 이 곳에 이미 잔재한 혼돈에 새로운 혼돈을 몰고 온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 너희를 감싸줄 여유로움은 존재하지 않는단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렴. 너희가 집으로 돌아가도, 나는 너희를 기억할 시간은 없겠지. 
아마 이 작별은 단지 시간에 대한 작별만은 아니지. 

하지만 나는 냉정해질 수 밖에 없어. 누군가가 이 곳에 불러온 것이 비극이였다면, 그것에 대해 나는 조금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생각을 해왔고, 내가 그것을 이제는 비극이라 느낀다면, 
너희들에게 냉정해질 수 밖에 없지. 나는 결국 너희가 이 방을 위하여 어떤 아름다움을 불러왔는지를 생각해봐도, 그것의 어떤 빈 종잇조각과 일회성의 움직임과 같은 지속적일 수 없는 
어떤 방향 없는 날개짓에 대해서, 나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이해해야 하는지도 모르지. 결국, 너희가 이 방안에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점점 자연스러운 이 공간의 생태계라면, 
너희는 이제 이곳을 떠나야한다는 거야. 그런 너희를 위해 너희는 울어줄 이를 찾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하지만 너희를 남기고 간 그 사람의 기억의 잔재로서, 그런 너희들에게 나는 건네줄 수 있는 울음은 없겠지. 
이제 이곳을 떠나면서, 이곳을 이해하려하지 말아주렴. 

나는 그것이 폭력이였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것이 나의 피부에 닿은 적은 없었지만, 그것이 나에게 어떤 고함을 친 적도 없었지만. 
내가 느꼈던 것은 모든 생기를 흡수하는 왜곡된 생각들이였다면, 그것이 나의 뇌의 일부를 자극했다면, 그것은 그 순간에도 그리고 그 잔향에게도 
폭력이였다고, 나는 또 그것들에 벗어나기 위하여 다시 수많은 연습을 시작해야 했다면. 
그리고 그것에서 벗어났다 했지만, 가끔 어딘가에서 불쑥나와 나의 하루를 흔든다면.

하지만 그것을 뚜렷하게 어떤 이에게 증명할 자신이 없었다. 내가 받은 상처를 인지해달라고도, 
그것을 증명한다도, 그렇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으니. 

누군가가 그동안 수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왜 그들이 누군가를 자극하는지도 모르는 채로, 그것을 그만두지 않는 법을 잊은 듯 했다.

외출을 다녀온 사이 누군가 두고 갔던 것들이 방 안에서 사라졌다.
그것들이 집으로 돌아갔는지, 아니면 또다른 방황을 하고 있는지는 모른다. 

그것들이 그렇게 이 곳에서 사라지기를 원했지만, 막상 그것들이 사라져도, 
이 곳의 비극은 그렇게 달라지지 않았다. 

나는 비극 속의 잔잔함을 느꼈을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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